5. [철학] 크립키의 선험성과 필연성 논쟁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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1. 크립키의 문제 제기

"우리는 경험 없이도 반드시 참인 사실을 알 수 있을까? 경험을 통해 알게 된 것은 모두 우연일까?"

전통적인 철학에서는 **선험성(경험 없이도 알 수 있는 것)**과 **필연성(반드시 참인 것)**이 동일하다고 여겨졌다. 또한, **후험성(경험을 통해서만 알 수 있는 것)**과 **우연성(어떤 경우에는 참이고, 어떤 경우에는 거짓인 것)**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간주되었다. 즉, 경험 없이 알 수 있는 것은 필연적이며, 경험을 통해서만 알 수 있는 것은 우연적이라고 보았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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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. 전통적 개념: 필연성과 우연성의 구분

• 필연적(Necessity): 모든 가능 세계에서 참인 명제
  • 예: "2+2=4"
• 우연적(Contingency): 어떤 세계에서는 참이지만, 다른 세계에서는 거짓일 수도 있는 명제
  • 예: "나는 오늘 커피를 마셨다."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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3. 크립키의 반례: 선험적이지만 우연적인 것? 후험적이지만 필연적인 것?

1. 후험적이지만 필연적인 경우:
   • 예: "물(H2O) = H2O"
   • 우리는 '물이 H2O로 이루어져 있다'는 사실을 실험과 관찰을 통해(후험적으로) 알게 되었다. 하지만 일단 이 사실이 밝혀지고 나면, 모든 가능한 세계에서 물은 반드시 H2O일 수밖에 없다(필연적이다).
2. 선험적이지만 우연적인 경우:
   • 예: "1m 막대기(파리의 표준 미터자)"
   • '1m'라는 기준을 우리가 정했기 때문에, 이 정의를 아는 사람은 선험적으로 1m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. 하지만 다른 기준을 정할 수도 있었으므로, 1m의 길이는 우연적이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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4. 크립키 vs. 칸트, 프레게: 철학자들의 입장 차이

크립키의 논점은 전통적인 철학자들의 입장과 어떻게 다를까?

1. 칸트(Immanuel Kant) - "선험적이고 필연적인 것은 동일하다!"
   • 칸트는 수학적 명제(예: "3+2=5")나 논리적 명제는 경험 없이도 알 수 있으며, 필연적이라고 보았다.
   • 그는 **'선험적 종합 판단'**을 통해 경험 없이도 새로운 필연적 지식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.
2. 프레게(Gottlob Frege) - "논리는 경험과 무관하게 필연적이다."
   • 프레게는 논리와 수학이 언어와 독립적으로 존재하며, 우리가 논리적으로 참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항상 필연적이라고 보았다.
   • 예: "모든 신혼부부는 결혼했다." → 논리적 분석만으로 필연적 참.
3. 러셀(Bertrand Russell)과 비트겐슈타인(Ludwig Wittgenstein) - "논리는 필연적이지만, 경험적 사실과 분리되어야 한다."
   • 러셀과 초기 비트겐슈타인은 논리는 필연적이지만, 경험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사실과는 분리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.
   • 예: "1+1=2"는 논리적으로 필연적이지만, "태양은 내일도 뜰 것이다"는 경험적이므로 필연적이지 않다.
4. 크립키(Saul Kripke) - "후험적 필연성도 가능하다!"
   • 칸트나 프레게와 달리, 크립키는 어떤 사실은 경험을 통해서만 알 수 있지만, 한 번 밝혀지면 필연적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.
   • 예: '황철석(Fool's Gold)'과 '진짜 금'은 물리적으로 다르지만, 경험을 통해야만 구별 가능하다. 하지만 한 번 구별되면, 그 물질적 성질은 모든 세계에서 동일하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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5. 선험성과 필연성은 여전히 동일하다?

하지만 크립키의 주장에 반대하는 철학자들도 있다. 그들은 언어적 혼동이 문제라고 지적하며, 우리가 개념을 명확히 정리하면 결국 선험성과 필연성은 동일하다고 주장한다.

• "나는 지금 여기에서 말하고 있다." → 문장의 형식적 분석을 통해 보면, 이 문장은 선험적이면서 필연적이다.
• "파리의 1m 막대기" → 우리가 1m라고 정한 후에는 필연적인 정의가 된다.
• "골드바흐의 추측" → 참이라면 필연적이며, 수학적 진리는 결국 경험과 독립적일 가능성이 크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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